글번호
37740
작성일
2024.05.08 00:55
수정일
2024.05.08 00:58
작성자
이현수

로우!

로우!
오랜만이야. 내가 너무 늦게 왔지?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어느 것을 먼저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릴 적부터 단지 강아지가 너무 좋아 집에 강아지 키우자고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살아오던 내가
군대를 가서 군견관리병이 되었다는 사실에 너무 기뻤고, 너를 처음 본 순간에는 더 기쁘고 행복했던 것 같아.
너의 얼굴과 털 색깔이 내가 생각했던 가장 이상적인 대형견의 모습과 정말 일치했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가끔 매일같이 컴컴한 길로 새벽에 순찰근무 나가고 훈련 나가 같이 옆에 붙어서 웅크려 있던 때가 생각이 나.
아주 춥거나 눈이 날릴 때 나갔다 돌아오면 너의 얼굴 주변 털이 얼어서 산타 할아버지가 되어버려 웃었던 때도 있었고.

성격도 너무 착하고 말도 잘 듣고 나에게만 얼굴 비비며 애교 부리고...
내 눈엔 다른 친구들보다 너가 가장 멋있었고 최고였어. 지금도 밖에 나가 강아지들 보면 너만큼 잘생긴 애가 안 보이더라.

이런 너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잘 관리를 받고 더 많은 사랑과 충분한 관심을 받을 만한 자격이 있는 친구였는데
입대 전부터 준비하던 공부를 하느라 어느 순간부턴 신경을 많이 못 쓰고 관심도 줄어들고 시간 남으면 내 일 하기만 바빴지.
정말 미안하다고 밖에는 해줄 수 있는 말이 없네.

나보다 한참 위 선임이 나한테 해준 말이 있는데
나 입대 전부터 넌 좋은 분들을 만나 항상 잘 관리받고 어떤 분은 로우아빠라고 불리셨던 분도 계셨대.
이런 선임분들 앞에서 내가 과연 '미안하다' 라고 말할 자격이 있을까 생각이 들긴 해.

시간이 지나 실내에서 근무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새벽근무때 인트라넷에 들어가 군견관련 뉴스들을 보곤 했어.
자신이 담당했던 군견을 데리고 같이 전역을 해서 좋은 환경에서 같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고 부러웠고
나도 너랑 같이 전역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만 현실적으론 불가능했지.

그런데 우리 같이 전역했네.
사실 아직도 너가 살아 있는 것 같아. 분명 말출 갔다와서 전역 전 날 같이 훈련장에서 뛰어 놀고 했는데 말이야.
전역날 일부러 널 안 보고 나왔는데 너무 후회가 된다. 말출 나갔다 돌아올 때 맛있는 간식 안 사서 복귀한 것도 그렇고.
시간이 지나니 정말 많은 것들이 후회하고 왜 그랬을까 생각하게 돼.

군생활 하면서 군견들이 죽으면 부대 밖까지 운전을 해서 마지막 배웅을 해주던 나였는데
정작 가장 사랑하는 친구가 떠나는 길은 마지막까지 함께 해주지 못했네...

친구 차를 타고 폭우를 뚫고 집 가는 길, 너가 떠났다고 후임이 보내준 메시지를 읽은 7월 11일 오전
나는 아직도 그 순간을 잊지 못하고 있고 앞으로도 절대 못 잊을 것 같아.

그래도 마냥 슬프지만은 않아!
전역하면서 군생활 중 가장 친하고 든든했던 친구랑 사회에 나와서 같이 살아간다고 생각하고 있어.
그러면 뭔가 자신감도 생기고 어떤 일이든 잘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야.

전역 후에는 입대 전에는 예상하지 않았던 새로운 삶을 살고 있어.
너라면 분명히 좋아할 것 같아. 지켜봐 줘.

아직도 너한테 하고 싶은 말도 많고 같이 하고 싶은 것도 많은데
다음 생에도 인연이 된다면 둘 다 사람으로 만나서 편하게 얘기도 하고 어디 같이 다니고 싶다.

로우! 라고 정말 정말 다시 한번 불러보고 싶어.

매년 우리 같이 전역했던 7월 11일이 되면 너랑 같이 있었던 즐거웠고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그날 만큼은 널 생각하고 널 위한 날이 되도록 해서 기분 좋은 하루가 될 수 있게 할게.

앞으로의 7월 11일은 그 때처럼 폭우가 내리는 날씨가 아닌 화창한 날씨였으면 좋겠다.

벌써 시간이 많이 흘러서 7월 11일이 다가오네.
내가 많이 늦게 오긴 했다 그지?

그럼 여기서 마무리 하고 가보도록 할게.
보고싶다 로우야
로우!